
※ 이 글은 영화의 내용을 담고 있어 관람 전이라면 주의를 요합니다.
주말에 파묘를 보고 이 영화를 본 감상은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고민했다.
오컬트라는 장르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영화를 십분 즐기기 조금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.
하지만 보고 난 이후의 찜찜함이 남지 않는다는 점에서, 장재현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.
이 애매한 기분은 영화 기사를 검색하다가 ‘항일 오컬트’라는 단어를 보고 설명할 길을 찾게 되었다.
찜찜함이 남지 않았다는 것은 주제의 힘이다.
결국 항일 정신으로 용맹하게 무찌른다는 정서, 그게 통했기 때문이었지.
영화는 이미 봐 버렸는데 곱씹다 보니 마음이 다시 어지러워진다.
어지러움의 시작은 지관 ‘상덕’과 장의사 ‘영근‘ - 영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모두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것, 차량의 번호가 해방의 해와 3.1 운동을 기념한다는 점이 N차 관람을 부른다고 한다- 의 대화에서부터다.
의뢰인 집안사람을 비롯하여 무고한 사람 몇의 줄초상이라는 사달이 난 파묘 지점에 다시 가서
마무리를 하자는 '상덕‘의 말에 '영근'은 여태껏 우리 모두 별문제 없이 살아오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.
‘상덕’을 보며 나는 톨스토이의 <고백론>의 일부를 떠올렸다.
“이미 알게 된 것을 알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다.”
영화 속 ‘상덕’은 알게 된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고 너와 내가, 그리고 우리의 손주들이 살아갈 이 땅의 문제라며 ‘영근’을 설득한다.
돈 때문에 이번 일을 시작한 이들은 대의에 흔들리고 결국 매듭을 짓기로 결정한다.
패배할 거 같았던 주인공들이 나무와 물, 땅과 쇠 그리고 물이라는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(누구도 시키지 않은) 임무를 완수하며 마무리되는 영화의 호쾌함이란.
영화가 끝난 지점에서 시작된 나의 어지러운 마음의 원인은 영화의 결말과는 사뭇 다른 현실 때문이라 할 것이다.
형편없는 땅에 묻혔다가 결국 자멸하고 만 가문의 이야기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.
이 영화를 보고 불편할 지점에 서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을 것이며,
이 영화의 주제의식 따위는 전혀 상관없을지도 모르겠다.
그런 점에서 내가 생각한 파묘의 장르를 다시 말하자면 조금 더 길어지게 된다.
‘낭만적 판타지 항일 오컬트'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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